우아한 테크코스에서의 삶은 참 만족스럽다.
그만큼, 합격까지의 과정을 겪었던 작년의 고된 시간들이 가끔 아른거린다.
내 인생을 통틀어서 가장 힘든 하루였다. 마음을 달랠 시간도 없이, 천진난만하게 우테코를 붙고 싶다는 마음은 독기로 변했다. 결국 전날까지 완성한 과제를 전부 뒤엎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짤 수밖에 없었다. 지금 그때를 회상해보아도, 무슨 힘으로 그걸 해냈는가 싶다. 1차 합격의 날은 오랜만에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날이었다. 쌓여가는 학교 과제와 시험은 나의 스트레스를 약간 더할 뿐, 최종 코딩 테스트 준비에 모든 시간을 투자하고 싶은 생각은 한치의 의심도 들지 않았다.
그렇게 시험공부를 던지고 도착한 최종코딩테스트장. 생각보다 쉽게 나왔다며 코딩하던 중 1시간30분을 남기고 테스트가 성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멘붕 상태의 나는 결국 통과하지 못했다. 나의 앞자리 분의 노트북의 화면에서 반짝이던 초록불은 잊혀지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은 너무나도 우울했다. 붙고싶다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더욱 슬펐다. 씁쓸한 이 마음을 달래보고자 맥주 한캔과 함께 ‘배달의 민족’앱을 열었다. 나의 즉각적인 우울치료제인 ‘회’를 시켜 참 맛있게 먹는다. 울었다, 웃었다. 그야말로 우형의 노예가 따로 없다.
왜 라잇? : 이번 연도 새롭게 정립한 내 인생 주된 가치관은 ‘긍정성’이다. 라잇(light)이라는 닉네임은 ‘빛’이라는 뜻과 함께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 되겠다는 나의 포부를 담고 있다. 그리고, 아무도 쓰지 않을 법한 유니크한 닉네임을 가지고 싶었다. 그렇게 라잇이 탄생했다.💡
한달동안, ‘라잇’으로 살아가며 새로운 나의 모습들을 발견했다. 원래 낯가림도 있고, 친한 사람들에게만 솔직한 내 모습을 드러내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두렵지 않다. 점점 더, 나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곳에서의 매일이 즐거운 가장 큰 이유 역시, 나답게 행동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내가 빨리 이곳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다 크루원들 덕분이다. 연극을 준비할때는 ‘아 이렇게 방정스럽게 많이 웃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준비과정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첫번째 미션이 끝나고, 끝난 김에 페어끼리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고 제안해준 사람들에게도 고맙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서로의 생각과 취향을 공유하고 토론하며 웃고 떠드는 일. 내가 이세상에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들 중 하나이다.
새로운 환경은 나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킨다. 때문에 나는 쳇바퀴 같은 삶에 스스로를 던지고, 그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삶을 즐긴다. 매일 아침, 마치 내가 김밥 속 재료가 된것 같은 지옥철을 타는 일은 참으로 고통스럽다. 반복되는 하루 끝에 찾아오는 주말이 참 좋다. 주말에 만끽하는 자유는 꿀, 그 자체다. 이렇게 노는 것이 더욱 짜릿해졌다. ( 놀기를 매일하면 재미가 없다. 가끔씩 놀아야 더욱 재밌다. )
그렇다고 우테코의 삶이 재미없다는 말이 절대 아니다. 알록달록한 캠퍼스 내부, 데일리 미팅시간, 크루원들과의 잡담, 미션을 제출했을 때의 성취감 등. 우테코에서 보내는 매 순간이 너무나도 소중하고 즐겁다. 덕분에 내 인생은 완전하게 행복해졌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중학생때의 꿈은 영화감독이었다. 그만큼 어떤 일을 기획하거나 감독하는 일을 어릴 때부터 즐겼다. 중고등학생때는 매년 공연이나 연극을 기획 했었다. 그렇게 온보딩 조 연극도 진심으로 참여하다 보니, 조원들이 나를 ‘감독님’이라고까지 칭해주었다. 다른 조들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연극을 구경하는 일도 매우 흥미로웠다. 준비와 발표회까지, 잊지 못할 추억이 생겼다.
매일 아침 데일리 미팅의 시간도 설렌다. 하루에 할 것이 무수히 쌓여 있어도 잠시 뒤로 제쳐두고, 머릿속을 상쾌하게 환기하는 시간이다. 내가 MC를 맡은 날에 데일리 미팅 시간을 기획하고 주도하는 시간 역시 즐겁다. ‘서로의 얼굴을 종이 안보고 그리기’를 한 날이 떠오른다. 어릴 적부터 친구랑 자주 하던 놀이를 이곳에서 조원들과 함께 하니 익숙하며 색달랐다. 다함께 박장대소하며 서로의 얼굴을 그렸고, 본인의 초상화(?)를 사물함에 다 붙이게 되었다. 덕분에 사물함을 열때마다 ‘피식’ 웃고 있다.
우테코에 들어오니, '개발자'라는 꿈을 갖게 해준 인턴시절의 회사가 자꾸만 떠오른다. 개발에 대해 무지했을 때 들었던 충고들이, 수업시간에 메아리가 되어 뇌리에 박힌다. 이제서야 제대로 된 ‘이해’를 하고 있다.
사실 나는 개발말고도 좋아하는 일이 많고, 관심사가 넓다. 우테코에서 만큼은 개발에만 전념하려고 노력한다.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개발에 진심인 사람들을 만나면, 스스로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냥 인정하기로 했다. 사람마다 특성이 다를 수 밖에 없다.
페어프로그래밍을 하며 많은 성장을 했다. 근거와 함께 설득하는 법을 배웠고, 남의 본받을 점들을 나에게도 적용하려 노력한다. 이때까지의 미션들을 페어가 아닌 혼자 프로그래밍 해왔다면, 제자리 걸음만을 반복했을 것이다. JavaScript 스터디 ‘우스터디’, ‘리뷰라뷰스터디’ 활동에서도 집단지성을 통해 혼자서는 깨닫기 힘든 지식들을 많이 얻고 있다. 뿌듯하다.
“천재를 만나면, 그냥 보내줘라.”
천재를 만났을때, 이리저리 휘둘리고 비교하지 말고 꾸준하게 자신의 성장에만 몰두하게 되면 언젠가 그 천재보다 앞선 자신을 만나게 된다라는 뜻이다. 앞으로도 이 말을 머릿속에 되새겨 중심을 지키며 꾸준히 나아갈 것이다. 1년 뒤에 눈부시게 성장해 있을 내가 무척 기대된다. 곧, 레벨1도 무사히 완주한 자신에게 박수쳐주고 싶다.
수고했어, 라잇!